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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띠 덧글 0 | 조회 3,861 | 2012-05-15 00:00:00
김영옥 (김영옥)  




결혼의 띠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김영옥



 


 


 


  창조주는 지구가 생겼을 때부터 식물, 동물, 물고기, 곤충들, 그리고 사람까지도 생명이 있는 것에는 암수를 만들었다. 우리가 사용하는 주 에너지인 전기도 양전기 음전기로 이루어지지 않던가. 생명이 있는 것들에는 생식기가 성숙하면 짝을 맺어 종족을 이어가게 하셨기에 수 천 년을 순종하며 살아오지 않았던가. 그중에도 인간의 결혼은 창조주에 의해  맺어진 거룩한 인연이다.




  요즘 일부 젊은이들은 결혼을 경시하고 만혼이 된 남녀가 독신으로 지내려 한다. 양쪽 다 자기중심적인 삶을 추구하는데서 온 폐단일까? 결혼보다 자기 일을 더 사랑하는 여성이 늘고 있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일부 기혼자들은 자녀가 몇이 있어도 상관치 않고 쉽게 이혼을 한다. 결혼보다 이혼이 더 많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또한 남성은 자식에 대한 애착이 여성에 비할 바 못된다. 여성은 열 달을 몸속에 담고도 죽을힘을 다한 산고를 겪은 것에 더하여 간이 타 덜어가도록 애정을 쏟지 않던가. 그러니 자녀들을 양육하는 쪽은 단연 여성 쪽이다. 여성들이 나이가 드니 알 것 다 알기에 여자에게 주어진 막중한 책임감에 두려움을 갖는지도 모르겠다.



  5,60년 전만해도 한 번 시집을 가면 청상과부라도 그 집에서 뼈를 묻어야 했다. 어찌했던 결혼의 책임은 여성 쪽이 더 강하다. 함께 잘 살다가 한 쪽이 먼저 가면 남성들은 석 달도 안되어 재혼을 해도 잘했다 하고, 여성 쪽은 3년이 지나 재혼을 한다면 아직도 이 사회의 시선은 곱지 않다. 왜일까? 여자의 책임이 그만큼 막중함을 나타내는 것이리라. 남자는 바람을 피우다가도 얼마든지 본가로 돌아오지만 여자는 한 번 마음을 바꾸면 절대로 돌아오지 않는 걸 종종 본다. 남자보다 여자의 정절은 그만큼 고결하고 우위라는 의미가 아닐까?




  성경에서 ‘과부와 고아를 돌보라’는 말의 의미를 난 요즘 실감한다. 과부가 되어 봐야 과부들의 심정을 안다더니 54년을 함께 지내면서 4남매를 낳아 다 짝을지워주고, 할아버지 할미보다 더 커버린 7명의 손자들 재미까지 보고 여든을 넘겨 천수를 다하고 떠났으니 아쉬움은 없다. 하지만 어딘가 허전하다. 철없을 때 만나서 좋은 일 궂은일 같이하며 살아온 인생의 동반자를 잃는다는 것은 표현할 수 없는 허무다. 가정이란 무대에서 희로애락(喜怒哀樂)의 온갖 연극을 다해 오던 상대역이 무대 뒤로 사라졌ek. 그러니 연극도 상대가 있어야 할 게 아닌가. 두 날개를 펴고 무섭지 않게 세상을 훨훨 날던 새도 한 쪽 날개를 잃고 나면 남은 한 쪽 날개로는 날 수 없어 아예 날개를 접고 은둔생활을 한다. 그러다가 때가 되면 짝을 따라 가게 된다. 우리네 인생도 다를 바 없다.



  오늘따라 시할머님과 시어머님 두 분을 생각하니 목울대가 울컥한다. 40세에 과부가 되신 시할머님은 33세인 3대 독자를 나라에 바치고 남편과 아들을 잃은 슬픔을 손자손녀들 6남매를 기르시며 한 세상을 다 바치셨다. 시어머님은 19세에 4세 아래인 시아버님을 만나 37세 때 시아버님이 이 나라의 독립을 위해 순국하신 뒤, 시할머님과 함께 딸 하나에 아들 5형제 6남매를 건사하신 분이시다. 내가 시집 왔을 때 51세인 시어머님은 참으로 고우셨다. 때론 어찌 여자이고 싶을 때가 없었으랴! 외로움과 그리움을 가난으로 달래며 수많은 날을 가슴앓이로 눈물을 얼마나 삼키셨을까? 이씨 가문을 지키신 두 분 어르신에게 비하면 나는 호강스런 비명이라 죄송하여 깊이 고개가 숙여진다.


  


  성경말씀에도 사별하면 결혼의 띠가 끊어진다고 했다. 그러나 이씨 가문의 며느리, 누구의 아내, 누구의 어미로서 긴 생애를 애간장을 태우며 몸이 닳도록 지켜온 이 막중한 자리가 얼마나 고귀한가? 모든 사물은 제 자리가 있듯이 내가 있을 자리는 바로 현재 내가 앉아있는 이 자리다. 있어야 할 자리에 있을 때 그 존재가치가 빛나는 것이리라. 결혼의 띠는 거룩한 하느님의 마련으로 묶어놓은 띠이기에 살아서나 죽어서나 함부로 벗어던질 수 있는 가벼운 띠가 아니다. 현시대에 뒤떨어진 아집이라 여길지 모르지만 처녀 총각 때 하늘이 맺어준 결혼의 띠는 평생토록 지속되어야 하리라.


  


 요즘 선남선녀들은 혼인식을 올릴 때 별나게도 하느님 앞에서, 자신에게, 그 많은 하객들 앞에서 검은머리 파뿌리가 되도록 살겠다고 맹세를 한다. 얼마를 살다가 하찮은 일로 조급하게 자식들은 생각지도 않고 거룩한 혼인서약을 헌신짝 버리듯 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니 결손가정이 늘어나면서 아이들만 상처를 받고 사회문제로 퍼진다. 젊은이들이여! 내 자신보다 어린 자식들을 진심으로 사랑해 보라. 조금만 서로 참고 이해하며 살아가노라면 세월이 약이 되어 노후엔 행복이 찾아올 것이다. 믿어보라. 옛날 선대들은 부부가 꼭 마음에 맞아서 한 평생을 탈 없이 살았을까? 



  일 년 내내 맑은 날만 있던가?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도 있기 마련이듯 인생길도 가다 보면 어찌 맑은 날만 있겠는가? 세월은 너무도 빨리 흘러가노니 살아 있을 때 억지로라도 서로 사랑하라고 권하고 싶다. 


                                                                                (2012.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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