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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행복 덧글 0 | 조회 3,342 | 2012-05-21 00:00:00
박세정 (박세정)  



일상의 행복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박세정




아침에 일어나면 커피 한 잔을 즐기면서 느긋하게 30여분을 보낸다. 나에게 있어 이 시간은 오늘을 살기 위한 워밍업이다. 365일 일요일을 제외하고는 거의 빠짐없이 이 시간을 즐긴다. 커피의 은은한 향이 주변을 향기롭게 적신다. 커피를 마시면서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30분이 어느새 지나가버린다. 이렇게 하루를 시작한 것이 20년은 넘은 것 같다. 짧은 시간이지만 매일 이렇게 자성의 시간을 갖는 것으로 나는 삶을 더 사랑할 수 있다. 여유롭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지금의 내 삶을 나는 사랑한다.



출근길, 차안에서 계절마다 변하는 자연의 풍경을 보며 감사함을 느낀다. 깔끔한 교복차림으로 자전거를 타고 오는 풋풋한 남학생들의 둥그스름하게 말린 등이 내 시선을 끈다. 한 시절을 잘 보내야 어른이 되어서도 덜 흔들릴 텐데, 저 등은 지금 그 연습을 하고 있는 것이겠지? 남학생의 등 뒤로 하얀 아카시 꽃이 방긋 웃어주고 있다. 걱정 말라는 듯. 초등학교 둘레 낮은 울타리엔 넝쿨장미가 어여쁘게 피고 있다. 빨간 장미만 피어있으면 허전할 텐데 그 곁을 하얀 찔레꽃이 지켜준다. 초등학생들이 무거운 가방을 메고 재잘거리며 장미와 찔레꽃을 지나친다. 신호등에선 녹색봉사대 엄마들이 노란 깃발을 분주히 움직인다. 저마다 조화롭게 무언가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풍경 속에 내가 있어서 감사하다.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동료들의 얼굴을 매일 볼 수 있어서 또한 감사하다. 혹여 누군가가 보이지 않으면 궁금해지고 무슨 일이 있나, 걱정되기도 한다. 좋은 일이 있을 때는 내 일인 듯 기쁘고, 슬픈 일이 있을 때는 나도 같이 슬퍼지는 가족 같은 동료들이 있어서 참 좋다.


“안녕하세요?” 동료에게 건네는 인사 한마디로 서로에게 힘을 실어주는 직장의 아침 풍경을 나는 좋아한다. “커피 한 잔 할까?” 하며 한 잔의 커피를 권하는 동료들 속에 내가 있어서 더 없이 행복하다.



일을 끝마치고 돌아가는 퇴근길, 머릿속은 이것저것 생각하느라 바쁘다. 맘도 바쁜데 머릿속까지 분주하니 짜증이 나기도 한다. ‘오늘 저녁은 무얼 해 먹어야 하나?’, ‘마트에 들러 뭘 좀 사가야겠는걸?’, ‘왜 이렇게 나는 해야만 하는 일이 끝도 없나?’, 그런 생각이 들다가도 가족이 있음으로 내 삶이 더 풍요로웠기에 어서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만약, 아직까지도 혼자 살고 있다면 내 삶은 편안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편안하고 안정적인 나 혼자만의 삶이 무슨 재미가 있을까? 어우렁더우렁 함께 살아가면서 같이 기쁘고 같이 슬퍼하는 지금의 내 가족을 나는 사랑한다. 저녁이면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야 할 이유가 있다는 사실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일주일에 한 번 집안 곳곳의 먼지를 쓸어내고 닦는다. 쓰레기통을 비우고, 이불을 털어낸다. 베란다를 청소하고 화초들에게 정성껏 물을 준다. 너무 많이 뻗은 가지는 가지치기를 해 주고, 어느새 자란 풀들은 뽑아 준다. 몰래 피어나는 새순들, 시기를 착각하여 먼저 피어나는 꽃들에게서 행복을 느낀다. 빨래를 하여 건조대에 가지런히 널어놓는다. 바람과 햇살이 분주히 들락거리면서 빨래를 말린다. 젖은 빨래가 고실 고실하게 말려지는 그 풍경을 나는 좋아한다. 청소를 마치고 나면 어여쁜 커피 잔에 커피를 타서 조용히 앉는다. 정돈된 실내를 둘러보면 뿌듯하다. 몇 시간의 수고로 얻어진 정돈된 나의 생활을 나는 사랑한다.



한 달에 한 번 유리창을 닦고 욕실의 거울을 닦는다. 들여다보니 환하게 웃고 있는 내가 있다. 한 달에 한 번 물을 줘야 하는 식물들에게 물을 흠뻑 준다. 다음 한 달을 잘 살라며 충분히 준다. 모아놓은 쓰레기들을 종량제봉투에 담아 버린다. 작은 확독에 담긴 고여 있는 물을 버리고 새물로 넉넉히 채운다. 기분이 정갈해진다. 돌아올 한 달 잘 지내라고 어루만져본다. 생명이 없는 사물이라 해도 그 존재로 내가 기쁨을 누리고 있어서 감사할 따름이다. 한 달에 한 번 해야 할 일을 하고 나면 빚을 갚은 것 같아 개운해진다. 시간을 잊지 않고 감지하며 살고 있는 지금의 나를 사랑한다.



우연찮게 본 영화나 책에서 감동을 받을 때가 있다. 많은 곳을 가보지 않았고, 많은 것을 경험해보지 못했다. 한 편의 영화로 지구 곳곳을 둘러보기도 하고, 한 권의 책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현실이 아닌 이상을 꿈꾸기도 하고, 새로운 나를 상상해보기도 한다. 아직도 꿈을 꾸는 지금의 내 삶을 나는 사랑한다.



요즘 한창 글 쓰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걷다가, 일을 하다가, 커피를 마시다가도 생각이 떠오르면 메모를 해둔다. 혹여 좋은 글감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으로. 지금껏 살아오는 동안 머릿속으로 쓰고 싶었던 글들을 하나둘씩 써 나가고 있다. 무언가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두해 있는 지금의 내 생활을 나는 사랑한다.


언젠가 멋진 글 한 편 써 보리라는 기대를 해보면서.



요즘은 하루하루 시간 가는 것이 몹시 아깝다. 1년 중 바람과 햇살이 적당히 조화를 이뤄 최상의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5월엔 어느 곳을 가더라도, 어느 곳에 있더라도, 내 눈은 가장 어여쁜 풍경을 바라본다. 내가 살아서 이렇게 이 순간을 음미 할 수 있어서 무엇보다도 감사하다.



(2012/5/20일, 5월 어느 날, 일상을 둘러보며 행복함을 느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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