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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에 오른 들풀 덧글 0 | 조회 3,220 | 2012-05-25 00:00:00
김임경 (김임경)  



밥상에 오른 들풀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목요 야간반 김임경




오늘 아침 밥상은 푸짐하다. 돌나물, 머위, 질경이 모두가 자연에서 가져온 나물들이다. 어디 그뿐인가, 정성스럽게 잘 말려둔 민들레로 차를 끓여 한 모금 마시면 풋풋한 풀 향기가 입가에서 맴 돈다. 예전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던 잡초들이 우연한 기회에 나를 눈 뜨게 한 것이다.


나는 모든 풀들을 잡초로만 생각하였다. 채소들 속에 번듯하게 자리 잡고 있는 풀들을 보면 괜한 심술이 난다. 인정사정없이 내 손에 뽑히고 마는 잡초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가보면 또다시 제 자리를 지키는 잡초들을 이겨낼 재간이 없다. 모질게도 질긴 생명들이다. 아무리 짓밟혀도 다시 일어나서 무성한 푸른 잎을 자랑하며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작은 꽃망울도 맺는다. 잡초로만 알았던 들풀들이 어느 날 나에게 소중한 먹을거리이며 귀한 약초가 되어 나와 인연을 만든다.


그동안 텃밭에서 자라는 풀들을 나의 적이라 생각하고 씨를 말리려 했던 날들이 부끄러워지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계절마다 온갖 풀들과 들꽃들이 잔치를 벌인다. 홀씨가 되어 척박한 땅에도 뿌리를 내리고 콘크리트 틈 사이에서도 한줌의 흙만 있으면 터를 잡고 뿌리를 내리는 잡초들, 그래서 그 잡초들을 우리 민초들과 비유했나 보다.


이제부터 나는 잡초들과 친구가 되기로 한다. 사람들에게 이로움을 주는 들풀을 밥상에 올려보고, 어지러운 마음을 달래주기도 하는 들꽃차도 만들어 보리라. 그러니 싱그러운 오월의 모든 생명들이 모두 소중해 보인다.


무심코 짓밟았던 질경이가 아프다는 비명도 하지 않고 소리 없이 다시 무성해진다. 어디 질경이뿐인가. 한여름 뜨거운 햇살에도 무럭무럭 자라나는 쇠비름은 뿌리째 캐내도 시들시들한 척하다가 아침이슬을 한 모금 마시면 파릇하게 살아나는 끈질긴 생명력을 회복하여 사람들을 이롭게 해주는 우수한 들풀이다. 쇠비름은 땅에 바짝 붙어서 자라기 때문에 키를 낮추어야 볼 수 있다. 우리도 쇠비름처럼 마음의 키를 낮추고 살아가면 어떨까?


자연의 모든 생명들은 저마다 살아가는 이유가 있다. 다만 우리가 모르고 함부로 짓밟아 버리고 소홀히 대했을 뿐이다. 자연에서 얻은 먹을거리로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이끌어 줌으로써 그들의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을 감사하고 싶다. 말없이 우리 곁에서 온갖 서러움을 받고도 제 자리를 지켜온 잡초들, 이제 나는 그 잡초들을 우리 밥상에 올려놓으려 한다.


오늘은 아카시 꽃을 따서 항아리에 넣어 발효시키고 있다. 아카시 꽃향기에 취해보기도 하며, 어린 시절 꽃잎을 빨아먹던 기억을 되살려 꽃잎을 먹어보기도 한다. 오월이 가기 전에 지천에 널브러진 쑥도 부지런히 캐어서 그 향기에 빠져 보고 발효도 시켜야겠다. 자연은 내가 아껴주고 가꾸는 만큼 다시 나에게 되돌려 준다.


아무도 발길 닿지 않는 곳에 볼품없고 이름 없는 모습으로 살아가지만, 있는 그대로의 쓰임새에 감사할 줄 아는 잡초 같은 삶을 배우고 싶다.


(2012.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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