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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리 덧글 0 | 조회 3,260 | 2012-06-04 00:00:00
정장영 (정장영)  



워리


전주 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정장영




옛날 시골의 골목길을 걷다보면 흔히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다급하게 ‘워리!’ ‘워리!’ 하면 어느 집에 비상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각 농가마다 거의 똥개(분견:糞犬) 한 마리쯤 기르고 있었다. 알아들은 견공들은 주인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귀를 곤두세우고 잽싸게 집으로 달려갔다. 아무리 선착순이라지만 한걸음 늦으면 그야말로 닭 쫓던 개 신세가 된다.


한국전쟁 이전까지는 흔히 들을 수 있었던 농촌정경의 하나다. 지금 세대들은 알 수 없는 일일 것이다. 70~80세 이상 노인들이나 보았던 풍경이다. 당시로서는 오늘날처럼 폐지나 화장지, 기저귀가 흔치 않았으니 아이나 어린이들이 배변을 하면 견공이 그 해결사였다. 젖먹이 아이들도 광목기저귀이니 똥은 이들이 치워야 빨기가 편했다. 똥오줌을 가리는 아이들도 뒷간에 가지 못하고 마당구석에 실수를 해도 파리가 “윙윙”거리기 전에 이들이 깨끗이 처리했다. 이상하게도 다른 가축의 똥은 먹지 않으면서도 인분(人糞)만은 즐겼다. 그래서 똥개라 했을까? 놓아기르는 때라 길거리의 쇠똥, 말똥, 개똥 등은 거름으로 사용하려고 주민들이 모두 거둬들이기에 길거리가 깨끗했다.


어느 동네를 가거나 가장 먼저 반겨주는 이는 이 견공들이다. 방사(放飼)하니 모여들고, “컹컹컹, 캥캥캥, 멍멍멍, 깽깽깽” 짖는 소리도 가지가지다. 방문객이 있음을 온 마을에 알리니 주민들이 내다보지 않을 수 없다. 이때의 주역들은 거의 똥개들이다. 수상한 사람으로 느끼면 사라질 때까지 짖어대니 어느 쪽으로 가는지 방향을 보지 않아도 알려준다 할까?


이들도 한 때 수난을 겪었다. 위생을 강조하고 광견병 전파란 구실로 마을 마다 다니며 개사냥을 해갔다. 등록이 안 된 똥개들이니 주인들은 항의도 못하고 속수무책(束手無策)이었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똥개로 인하여 남아(男兒)가 거세(去勢)당한 이야기도 전한다. 배변하면 개를 부르는 관습으로 어른이 지켜보는 가운데 처리를 해야 하는데 철부지들의 실수로 불행한 사건도 더러 있었다 한다. 개가 애의 사타구니를 직접 핥으니 아슬아슬한 장면을 목격하기도 했다. 지금과 같은 일회용 지저귀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뿐이겠는가? 재래종 돼지들도 인분을 좋아했다. 돼지막 위에 더덕을 만들어 대변통세(대변소)를 만들었다. 사료(飼料)가 부족해 그랬겠지만 이런 돼지고기가 더 맛이 있었다니 아이러니(Irorny)한 일이다. 대가족시대라 남은 음식처리는 대개 개와 돼지가 처리했다. 지금도 간혹 깊은 산중에 가면 눈에 띄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런 화장실을 이용할 때는 주의를 해야 한다. 찰떡같은 대변을 내놓으면 몰라도 설사를 하면 몸을 더럽힌 돼지가 몸부림쳐 털어대니 오물 벼락을 맞을 수도 있다.


이제 풍요로운 세상을 맞았으니 환경도 개선되고, 가축들의 먹이가 잔반(殘飯)뿐 아니다. 양산된 사료도 가지가지다. 소나 돼지, 개, 닭 등 가축은 물론, 심지어 고양이 먹이까지 판매되고 있다. 기타 여러 애완동물들의 먹이들도 팔고 있다. 사람들뿐만 아니라 야생동물을 제외한 그들 세계에도 행복은 찾아 왔다.


농촌에서 사라진 삼희성(三喜聲)뿐 아니라 흔했던 전통적 행사(혼례, 장례식)도 찾아 볼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이제는 개를 기르되 놓아기르지 못한다. 애완견이라면 저마다의 고유이름을 부른다. 어린이에 따라 똥개를 부르는 ‘워리’란 소리도 사라졌다. 이는 모두 지난 세기에 있었던 진기(珍奇)한 일들이다. 이 세기에서는 보편적이지만 다음 세상의 화제가 될 만한 농촌진경은 무엇일까?


(2012.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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